무엇이 모자란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는 전기를 잠깐 담았다가 내보내 전류를 고르게 만드는 부품입니다. 쌀알보다 작지만 스마트폰 한 대에 1,000개 안팎, AI 서버 랙 하나에는 수십만 개가 들어갑니다.
칩이 강해질수록 필요한 개수가 늘어납니다. 연산이 몰릴 때 순간적으로 끌어 쓰는 전류가 커지는데, 그 출렁임을 잡아 주지 못하면 칩이 오작동합니다. 그래서 성능이 올라가면 부품 수를 함께 늘려야 합니다.
값이 오르는 이유가 '더 좋은 것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같은 기계에 더 많이 들어가서' 라는 점이 이 이슈의 성격입니다.
왜 지금인가 — 3년의 공백
클라우드 서버 증설이 정체됐던 2023~2025년에 MLCC 업체들의 설비투자도 함께 멈췄습니다. 그런데 수요가 돌아왔습니다.
MLCC 는 공급을 늘리기가 느린 물건입니다. 고용량·고신뢰 제품은 재료를 얇게 쌓아 굽는 공정이라 공장을 세워도 수율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몰리면 값이 오르고 납기가 길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수요의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IBK투자증권은 “2025년까지 MLCC 의 주요 고객은 전장이었지만 올해부터 AI 로 옮겨 간다”고 봤습니다.
값을 두 배로 불러도 통하는 이유
MLCC 는 ESS 원가에서 차지하는 몫이 1% 미만입니다. 그래서 사는 쪽은 값을 깎기보다 물량을 먼저 확보하려 합니다. 부품값이 두 배가 돼도 완제품 원가는 1%밖에 오르지 않지만, 물건이 없으면 아예 못 만들기 때문입니다.
2021~2022년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때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때도 값이 문제가 아니라 줄을 서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원가 비중이 작은 부품일수록 값 인상이 쉽게 관철됩니다. 이 이슈를 읽는 핵심입니다.
누가 오르나 — 대장이 아니라 2차 공급업체
상위 업체가 AI 데이터센터용 고사양 제품에 생산능력을 몰아 쓰면, 산업·전장·ESS 고객의 주문은 그 아래 단계 회사로 갑니다. 대만에서 야게오·왈신에 범용 MLCC 주문이 몰린 것과 같은 그림입니다.
실제로 2026년 9월 11일 국내에서 삼성전기는 보합이었고 삼화콘덴서가 18.76% 올랐습니다. 대장주에는 이미 반영된 이야기였고, 새로 물량을 받게 되는 쪽이 움직였습니다.
확인할 것
품귀는 증설이 끝나는 순간 반대로 뒤집히는 성질이 있습니다. 지금 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모두가 공장을 지으면, 그 물량이 들어오는 시점에 값이 무너집니다.
- 대기업 납품가가 오르는지 — 지금까지 오른 것은 대리점에 풀리는 물량의 값이고, 대기업 계약가는 유지되고 있었다. 이 선이 움직여야 이익이 크게 달라진다
- Book-to-Bill — 주문이 출하보다 많은지를 보는 숫자. 1을 넘으면 밀린 주문이 쌓이는 중이다
- 분기 평균판매단가(ASP) — 값 인상이 실제 실적으로 잡히는지는 여기서 확인된다
- 증설 발표 — 늘리겠다는 발표가 몰리기 시작하면 품귀의 끝이 보이는 신호다